제1차시. 학습의 실태와 자기주도적 학습의 가능성

1. 학습의 실태

1) 서론

공부를 하면서 일종의 자아분열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몸은 공부를 거부하는데 마음은 그래도 공부를 하러 가야 함을 아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공부를 계기로 분열을 일으킨다. 이렇듯 학습이 학습자에게 매우 어려운 활동인지라, 이 학습을 도와주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존재가 필요하다.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 교육에 해당하는 영어 단어 ‘education’은 라틴어 ‘educo’에서 파생했다. ‘educo’는 ‘밖으로 끌어내주다’를 의미하는 라틴어이다. 여기서 우리는 진정한 교육. 즉, ‘education’의 방향을 확인하게 된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교육의 목표는 바깥에서 강사가 학습자에게 무언가를 주입하는 형태, 밖에서 안으로 지식을 집어넣는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교육은 강사가 학습자 내부에 있는 잠재력을 밖으로 끌어내주는 것과 관련된다.
이런 면에서 보았을 때,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공부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일인 자기주도학습의 지도는 진정한 교육을 추구하는 활동이다.
서구에서 대두된 PBL 교육 방식은 ‘Problem Based Learning’을 의미하며, ‘문제 기초 수업 방식’이다. 교육자가 문제를 제시하면, 학생은 스스로 이 문제를 이해한 후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다.
교육자는 조언자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수업 중 교사의 발언은 전체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PBL 교육 방식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EDUCO로서의 교육을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자기주도학습을 지향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은 진정한 교육이며, 자기주도학습지도사는 진정한 교육가이다. 자기주도학습 지도는 시의적절한 교육 방식이다.

자기주도학습지도사 과정은 진정한 교육에 대한 지향으로써 제작되었으며, “서울대생의 학습 코칭”(황보현)에 기초하여 커리큘럼을 구성하였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학습자들의 학습 실태를 고려해보면 이와 같은 진정한 학습이 종종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자기주도학습이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교육 방식인가? 이제 학습의 부정적 실태 양상을 살펴본 후,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확인해보도록 하자.

2) 불행 비효율 학습의 실태

(1) 팝콘 브레인 증후군

※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증후군: 옥수수가 강렬한 열 자극을 만나면 팝콘으로 변한다. 휴대폰이나 영상물과 같은 강한 자극에 뇌가 익숙해진다. 시간이 지나면서 강한 자극에는 뇌가 ‘팝!’하고 반응하지만, 공부와 같은 은은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는다.

팝콘이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즉각적인 현상에만 뇌가 반응하며, 일반적인 학습이 주는 자극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현상을 팝콘 브레인 증후군이라 한다. 학습자가 팝콘 브레인 증후군을 겪게 되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될 수 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불행 비효율 학습을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다.

(2)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하 아동 복지소의 연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산하 아동 복지 연구소에서 초등학생들이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서 직접 연구를 진행하였다. 초등학교 5, 6학년 110명 대상으로 설문, 면접 조사를 진행하여 초등학생을 불행하게 하는 요인과 초등학생이 생각하는 행복의 비결을 알고자 했다. 연구 결과는 어떠했는가? 초등학생들은 공부가 자신들을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답했다.
역설적으로, 동시에 그들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비결이라고 답했다. 그들은 3시간을 자면서 공부하거나, 학원에서 종일 보내거나,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한다거나, 시험 결과가 안 좋으면 꾸중을 들을까봐 두렵다고 했다. 공부로 인해 불행하다고 답했다. 이와 동시에 그들은 뛰어난 공부 실력을 갖추거나, 성적을 향상시키거나, 좋은 대학교에 가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라 여겼다.
공부가 행복을 주는 일인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니 이 연구 결과는 자기주도학습지도사가 대해야 하는 학습자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대변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불행 비효율 학습의 실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대부분은 타인주도학습의 실태에 있다.

3) 타인주도학습의 실태

타인주도학습은 비효율적이고 불행한 학습을 초래한다. 많은 학습자는 타인주도적으로 공부하기에 불행하고 비효율적인 학습을 하게 될 수 있다.
“무엇을 위한 공부인지도 모른 채 그저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끌려가는 공부를 하다 보니 많은 학생이 학습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교육자 이영숙)

4) 학습자의 학습 실태 파악 전략

이런 상황에서 학습자의 학습 실태를 파악하는 전략이 있다. 자기주도학습지도사는 학습자가 어떤 식으로 공부하며, 공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 학습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다음의 5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1) 질문하기

- 경험에 대해 질문하기: “~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와 같은 형식의 질문은 학습자의 공부 경험에 대해 파악하기에 효과적이다.
- 감정에 대해 질문하기: “1을 아주 불행, 5를 아주 행복한 상태라고 할 때, 공부할 때 1~5 중 어디에 해당하나요?”와 같은 형식의 질문을 통해서 학습자의 공부에 대한 감정을 세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 동기에 대해 질문하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그럴까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습자의 동기를 이해할 수 있다.

(2) 듣기

학습자와 상담하면서 자기주도학습지도사는 학습자를 감시한다고 느끼게 하여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기주도학습지도사가 학습자(학생)의 편이라는 느낌을 주는 방향으로 학습자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학습자가 말하는 바, 겉으로 드러난 정보 이면에 있는 학습자의 동기와 감정을 파악하려 해야 한다.

(3) 반응하기

학습자가 한 말이나 감정 표현에 대하여 자기주도학습지도사는 건전한 반응을 보여야 한다. 옳은 반응과 나쁜 반응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옳은 반응: 인정, 칭찬, 격려, 위로
- 나쁜 반응: 충고, 비판. 경고, 자책 유도

(4) 글쓰기 성찰

학습자에게 일련의 글쓰기 과제를 요구할 수 있다. 그 글쓰기의 내용을 보면서 학습자의 학습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학습지도사는 다음과 같은 종류의 글쓰기를 요구할 수 있다.

- 자신의 공부가 불행하거나 비효율적인 이유를 분석하는 글쓰기
- 자기주도학습지도사와의 대화를 진행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쓰는 글쓰기

(5) 설문지 전략

학습자에게 미리 준비된 설문지를 건네주어 설문에 응하도록 하게 할 수 있다. 설문 응답 내용을 보면, 학습자의 학습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설문지에 실을 수 있는 질문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 내가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 내가 제일 잘하는 과목은?
- 내가 제일 잘못하는 과목은?
- 내가 공부해야 하는 이유 3가지는 무엇일까?
- 내가 공부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 3가지는 무엇일까?
- 그러한 요소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나에게 있어 공부란 [ ]이다. 그 이유는?

2.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

1) 자기주도학습 가능성 개괄

자기주도학습의 실현 가능성을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어린 아이들은 질문이 많다. “엄마, 왜 바다는 파래요?”, “엄마, 왜 노을을 노래요?”어린 아이의 이러한 면모를 보건데, 인간은 주도적인 학습 의욕을 선천적으로 갖고서 태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인간의 호기심에서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별다른 재능이 없다. 단지 호기심이 왕성할 뿐이다.”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의 재능이 아니라 그의 호기심에서 비롯한 자기주도학습이 아인슈타인의 학문적 업적을 가능하게 했다. 이와 같은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은 행복하고 효율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2) 행복한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

공부의 행복함과 관련하여 공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不亦說乎) (공자)
친구가 먼 곳에서 찾아오면 그 친구와 함께하는 교제 시간을 즐거울 것이다. 공자에 따르면, 마치 그러한 교제가 즐거운 것과 같이 학습의 과정도 본디 즐거운 것이다. 공자가 말한 “배우고”에 해당하는 과정은 ‘학(學)’을 의미한다. 공자가 말한 “익히면”에 해당하는 과정은 ‘습(習)’을 의미한다. 즉, 학습(學習)의 과정은 본디 즐거운 것이라는 게 공자의 통찰이다.
이와 같은 공자의 언급은 오늘날 현대 뇌 과학에서 밝혀진 바와 부합할까? 그러하다. 공부할 때 관여하여 분비되는 호르몬으로는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이 있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행복이나 의욕 또는 에너지를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로 미루어 보건데, 공부 또는 학습이 행복한 일이라고 한 공자의 말은 과학적으로 옳다.

3) 효율적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

공부의 효율성과 관련하여 공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였다.

“들은 것은 잊어버리고, 본 것은 기억하고, 해본 것은 이해한다.(聽卽振, 視卽記, 爲卽覺)”(공자)
이 말에서 “잊어버림”은 망각 현상을 의미한다. 그에 더해 “기억”과 “이해” 현상을 언급하고 있다. 이 말은 망각되는 공부법, 기억되는 공부법, 이해되는 공부법을 구분하는 것이다. 즉, 효율적인 공부법이 있고 비효율적인 공부법이 있다는 말이다.
이와 같은 공자의 언급은 오늘날 교육학적 이론과 부합할까? 그러하다. 에드가 데일은 경험의 원추 이론을 제시하였다. 경험의 원추 이론은 학습 방식에 따라 학습을 상징 추상적 단계, 영상적 단계, 행동적 단계로 분류한다. 학습의 구체성은 ‘행동적 단계 → 영상적 단계 → 상징 추상적 단계’ 순서이다. 학습의 효율성도 일반적으로는 ‘행동적 단계 → 영상적 단계 → 상징 추상적 단계’ 순서라고 추론할 수 있다. 공자의 언급과 데일의 경험의 원추 이론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여태껏 학습자들은 비효율적인 공부를 해왔을 수 있으나. 자기주도적으로 직접 무언가를 해보는 공부를 함으로써 학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직접 해보는 공부는 자기주도학습과 맞닿아 있는 면이 있다. 공부의 효율성은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4) 학습자에게 자기주도학습 가능성을 심어주자

(1) 자기주도학습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의 중요성

자기주도학습지도사로서 학습자에게 자기주도학습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즉,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의 실험이 그 이유를 알려준다. 흡연하는 실험자를 대상으로 2가지 방식으로 금연을 유도하였다.

(ㄱ) 흡연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였다. 흡연을 계속할 시에 발생하는 신체 손상에 대해 묘사하는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ㄴ) 흡연자에게 금연을 할 수 있다는 효능감, 가능성을 심어주었다.

2가지 방식 중 금연 성공률이 높은 것은 (ㄴ)이었다. 이 실험이 자기주도학습 지도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자기주도학습을 안 할 때의 문제를 경고하고 위협하는 방식보다도 학습자에게 자기주도학습 가능성과 효능감을 심어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점이다.

(2) 자기주도학습 가능성을 심어주는 실용적 방법

학습자에게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심어주는 방법이 있다. (ㄱ) 낮은 공부 자존감의 지점, 원인을 파악한 후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이다. (ㄴ) 공부 십계명을 말하고 쓰게 하는 과제를 제시할 수 있다. 공부 십계명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나는 이제 공부를 즐길 것이다.
● 나는 공부를 즐기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다.
● 공부란 세상과 인생의 여러 차원을 이해하게 하는 즐거운 실천이다.
● 공부하지 않는 인생은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 공부는 무엇을 이루기 위한 일이 아니라 나의 지혜와 덕을 키우는 일이다.
● 열심히 일하며 시간이 날 때마다 공부하는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다.
● 공부는 나의 자아를 성숙하게 만든다.
● 나는 원래 이 세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 싶어 했다.
● 나의 지성이 세상과 타인을 이롭게 할 것이다.
● 인생 일은 모름지기 깨달음의 과정이다.

3.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가능성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학습자의 감독관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를 위한 코치가 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공부를 감독하고 지시해서는 안 된다. 학습자의 공부를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코치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학습자의 학습 실태를 파악하고, 학습자로 하여금 자기주도학습의 가능성을 확신하도록 이끄는 것에서부터 자기주도학습지도사의 역할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