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시. 부부관계의 특성과 건강한 부부관계
1. 부부관계에 대한 기본 이해
1) 부부관계의 특성
두 사람이 결혼하여 부부가 됨으로써 개인적으로는 부부로서 정체감을 갖고 사회적으로는 가정을 형성하여 공동생활을 하게 된다. 결혼한 부부는 애인, 친구, 동거인처럼 단순한 2인 관계가 아니고 복잡하고 독특한 관계이다. 부부관계의 특성으로 다음 여섯 가지가 있다(Nicols, 1988; Bubenzer & West, 1992).
(1) 자발성
결혼은 자발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가족관계와 구별된다. 즉 개인은 부모-자녀 관계에서 자발적으로 벗어날 수 없지만 결혼은 유일하게 자발적 관계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발적으로 배우자를 선택하고 결혼생활을 시작한다. 이 자발성이 맞물려 있어서 부부 모두 결혼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부부는 자유로운 선택으로 관계를 이루었듯이 관계를 해소할 권한도 있다. 만일 부부 한쪽이나 양쪽이 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한다면 어느 누구도 결혼관계를 지속할 것을 강요할 수 없다.
(2) 상호호혜적 관계
모든 인간관계는 주고받음이 호혜적일 때 유지된다. 특히 부부관계의 경우는 성장배경이 다른 남녀가 서로 끌림에 의해 다가가고 관심과 애정을 교환함으로써 관계를 형성한다. 부부의 호혜성은 관계에서 따뜻함과 편안함과 존중받음 등의 긍정적 정서를 경험하면 다시 상대방에게 되돌려주는 선순환으로 작용하여 관계가 풍요로워지고 친밀해진다. 부부는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이나 헌신, 종속, 강요로 관계가 지속될 수 없는 호혜적인 관계라는 특징을 가진다. 상담사례에서 호소하는 대부분의 부부문제가 상호 간에 주고받는 구체적인 행동과 반응에 의해 발생하고 심화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생활 유지를 위해서는 한쪽 배우자의 일방적인 노력이 아닌 두 사람 상호간에 서로에게 맞춰가는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3) 공인된 사회적 역할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사회적 법적 유대가 확실한 관계이다. 결혼식을 통해 새로운 삶에 헌신하며 부부로서 사회에서 기대되는 역할과 책임이 분명하게 주어진다. 또한 동거커플과 달리 부부로서 권리의식과 의무, 정체감을 명확하게 가지며, 핵가족과 확대가족, 사회에 대한 과제가 구체적으로 주어진다.
(4) 공동운명체 & 고유성과 독립성
결혼으로 시작되는 부부관계는 완전한 일심동체가 아닌 각자 개별적인 고유성과 독립성을 가지면서 동시에 하나로 결속되어 협력하는 공동운명체의 특성을 가진다. 부부는 각자 개성과 배경이 상이한 두 사람이 모여 행복과 성장을 향해 삶을 공유하고 한 팀으로 협력하는 관계이다. 부부 각자가 상호 간에 다른 인격체로서 개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풍부한 대화를 통해 생각과 감정, 비전을 공유하며 협력해 나갈 때, 두 사람의 강점과 능력이 극대화되고 부족한 점이 보완될 수 있다.
(5) 가족의 핵심적 하위체계
부부체계는 가족이 형성될 때 최초로 이루어지는 체계로서 그 구성원인 남편과 아내는 서로 상호의존적이며, 부모체계, 부모자녀체계, 형제체계 등과 함께 가족이라는 기능적 전체성을 위해 서로에게 친밀하게 결속되어 있다. 즉 부부체계는 시가와 처가 두 확대가족과 자녀들, 핵가족체계 속에서 하위체계가 되어 확대가족, 지역사회와 같은 상위체계와 상호의존적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가족과 사회의 기능을 좌우하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또한 부부가 친밀하면서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여야 자녀를 비롯한 모든 가족구성원이 행복하고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부는 가족을 유지하는 핵심적 하위체계가 된다.
(6) 원가족체계의 반영
부부관계는 남편과 아내가 각자 성장기에 내면화된 원가족의 부모와의 관계 패턴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다. Skynner는 부부 각자가 성장기 동안에 내면화된 원가족 경험이 결혼 과정과 결혼관계에 반영된다고 하였다. 그는 개개인이 원가족 경험을 통해 형성된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에 대한 이미지와 강력한 정서들이 배우자 선택과정에서 배우자에 대한 기대와 부부간의 상호작용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즉 부부 개인의 증상과 행동문제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상호작용과 관계역동의 특성은 부부 각자의 세대전수 과정과 세대 간 관계의 반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2) 건강한 부부관계의 특성
부부관계가 건강한 것은 결혼생활이 안정되고 이혼의 위험성이 적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부부관계가 활력 있고 친밀하여 협동적인 상태를 의미한다. 부부관계에서 중요한 결혼 만족은 건강한 부부관계의 결과로서 행복감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에서 실시된 건강하고 원만한 부부관계에 대한 임상적 연구결과들에서 공통적이고 핵심적인 7가지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자율적으로 관계에 헌신하기
결혼한 부부 각자가 원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독립되고 분리된 존재로서의‘자존감’을 가지고, 결혼생활과 부부관계를 긍정적이고 만족스럽게 만드는 일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최우선적으로 투입하는 노력을 할 때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한다. 즉 결혼생활에서 자율적 존재로서 부부관계에 대해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부부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자기 변화와 파트너십을 개발하는 노력을 함으로써 서로를 성장시키는 환경을 만들어낸다.
(2) 상호존중과 배려로 활력적 관계 만들기
부부가 서로를 충분히 존중하고 인정하며 배려하고 세워줄 때 두 사람의 자존감은 향상되며 상호 간에 긍정적인 행동을 촉진하는 선순환을 가져온다. 인정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이며 배려는 상대방에 대한 일방적 배려가 아닌 관계 속에서 자신과 배우자를 동시에 배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의견이 대립되는 상황에서 각자의 개별적인 욕구를 존중하며 취향과 의견, 관점의 차이를 받아들여 배려하는 행동을 하는 경우에 갈등과 좌절의 충격이 완화되고 서로 사랑받고 지지받는 존재로서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부부간의 애정표현과 활력은 관계를 친밀하게 해주고 유대감을 높여준다. 부부 사이에 즐겁고 기쁜 일을 해줌으로써 관계에 활력과 행복을 키워갈 수 있다. 부부가 활력 있는 관계를 유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게 되면 지루함, 권태감을 겪게 되고 부부 한쪽이나 양쪽이 이를 벗어나고자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과정에서 관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3) 개방적 의사소통하기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받기 위한 대화기술을 사용하며 마음 속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는 정서적 표현과 공감적 반응을 하는 개방적 의사소통을 한다. 예를 들어 상대가 말할 때는 주의를 기울여 경청하고, 상대의 말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반응을 하며, 정확하게 이해하였는지 요약하고, 충분한 이해를 위해 개방적 질문을 하는 등의 마음을 연결시키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부부가 친밀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또 배우자로부터 이해받아야 한다. 경청의 기술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마음이 통하고 연결되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 만일 부부가 서로 적대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조종하거나 애매모호한 메시지를 전달하면 결혼생활에 있어 불행과 갈등을 낳고 관계가 파괴된다. 의사소통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가늠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4) 효과적으로 갈등을 다루고 문제를 해결하기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이다. 갈등을 건설적으로 다루면 관계를 더욱 강하게 연결하지만, 잘못된 방법으로 다루면 관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 건강한 관계의 부부는 갈등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갈등을 갈등 이상으로 키우지 않으며 관계에 도움이 되고 모두가 이기는 합치점을 찾는다. 의견 차이가 있을 때에도 서로의 개성과 관점의 차이를 존중하고 부정적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부부가 갈등과 차이점들을 협동적인 과정으로 함께 다루게 되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친밀함과 관계 만족감이 더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갈등을 건설적으로 다루지 못하는 부부들은 갈등이나 문제를 회피하거나 인정하지 않고 쌓아두며 상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서로의 감정을 비난하고 방어를 하는 상호작용의 악순환을 보인다.
(5) 변화를 위한 내적 외적 요구와 위기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결혼생활과 부부관계에는 지속적인 변화가 수반된다. 즉 신혼기, 자녀출산기, 양육기, 자녀 독립기, 노년기 등 발달과정에 따른 변화를 겪게 되고 때로는 예측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위기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부부가 그것을 관리하는 방식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건강한 부부는 위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원을 활용하고 서로 협동하면서 위기를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삼는다. 그 결과 부부간에 신뢰가 쌓이고 자신감이 생기며 관계는 더욱 견고해진다. 또한 이것은 앞으로의 삶의 위기를 극복해내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
(6) 공동의 비전과 가치관 공유하기
공동의 목표와 신념체계를 공유하는 부부들은 동반자로서 견고하게 결속된다. 부부가 함께 종교생활을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인생의 의미와 비전을 공유해나갈 때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 위로하고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음으로써 부부간의 유대감이 굳건해지며 함께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
(7) 경제 안정과 정서안정을 위한 자원 확보하기
부부가 공동체로서 함께 건강하게 생활하려면 경제적 안정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며 가계를 부양하는 역할과 관리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또한 성공적이고 건강한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관계에서의 친밀감을 증진시키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Gottman의‘애정은행예금’은 평소 부부 사이에 긍정적 경험을 늘리는 것으로, 갈등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일종의 자원이 된다) 외에도 어려움과 위기 상황에서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자원들(확대가족, 친구, 지역사회의 물적 정서적 지지 등)을 평소에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 건강한 부부관계의 중요성
불행한 결혼생활과 이혼에 대한 외국의 연구결과들을 보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은 병에 걸릴 확률이 약 35% 높고, 수명 또한 평균 4년 정도 단축된다고 한다. 반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이혼한 사람이나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보다 오래 살고, 병에 걸리는 확률도 낮다. 그 원인 중 일부는,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항상 스트레스를 받아 몸과 마음이 만성적으로 지치게 되어 고혈압이나 심장병 등을 포함한 육체적 질환들이 생기게 되고, 정신적 억압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 우울증, 자살, 쇼핑 의존증, 약물 남용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부 관계의 문제는 자녀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부부 사이의 심각한 불화가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대체적으로 정서, 행동, 학업 등 여러 영역에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는 것과 대인관계에 있어 부모의 역기능적 방식을 학습하고 모방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만성 불화가 있었던 가정에서 자라난 63명의 취학 전 아이들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아동들의 스트레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 아이들이 15세가 될 때까지 추적해본 결과 무단결석, 우울증, 집단 따돌림, 문제 행동(특히 폭력), 낮은 학업 성적에 등교 거부 행동이 나타났다고 한다(Gottman, 1999).
이러한 연구결과들에 대해 부부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Gottman 박사는, 행복한 결혼생활로 인해 면역 시스템이 강화되어 건강과 장수를 누리게 된다는 사실을 추가 연구를 통해 제시하면서, “체력 증진을 위해 스포츠클럽에서 매주 소비하는 시간 중의 10%만 할애하면, 예를 들어 하루에 20분 정도를 결혼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데 쏟아 부으면, 운동하는 것보다 세 배의 건강 효과를 얻을 수 있다.”라고 행복한 결혼생활의 의미를 강조한 바 있다.
<학습내용 출처>
최규련(2015). 부부문제와 부부상담. 신정.
<참고 문헌>
Gottman, J., & Silver, N.(1999). 임주현 역(2002).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 문학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