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마술이란 무엇인지부터 알아봐야한다. 현재는 마술이 공연예술 장르 중 하나이지만 과거에는 제사, 종교, 연금술, 천문학 등에 영향을 끼친 학문적의미가 있었다. 그렇기에 한마디로 정의내리기에는 어려우며 현재의 마술을 기준으로 다양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첫 번째로 숨겨진 과학의 원리와 숙련된 기술을 말해볼 수 있겠다. 마술에는 다양한 장치들을 활용하는데 그것들은 Gimmick 이라고 부르며 과학의 원리들을 보이지 않게 숨겨놓은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화학적 반응을 통해 태워도 재가 남지 않는 종이, 사라지는 잉크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을 과학으로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기술을 통해 무대 위에서 신기함을 주기 위해 사용한다. 두 번째로 마술은 눈에 보이는 상식을 깨뜨린다.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서 벗어나는 현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마술의 역할 중 하나이다. 물론 청각과 촉각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마술은 시각에 의해 전달되는 것이 사실이다. 세 번째로 즐거움을 주는 창조적인 예술행위라고 생각한다. 마술과 다른 예술들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즐거움이다. 미술, 음악 등의 다른 예술들과는 다르게 마술은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하며 상식과 반대되는 행동을 하기 때문에 모든 마술이 창조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마술의 특성으로는 원리가 무한히 확대재생산 된다는 점이 있다. 가장 알기 쉬운 예로는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대 유명한 프랑스 마술사였던 조르쥬 멜리에스는 영화라는 매체가 발명되며 그것에 매료되었고 마술공연에서 사용되는 미쟝센과 창의력, 창조성을 바탕으로 남들이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영화산업을 발전시켰고 최초의 SF영화인「달세계 여행」을 만들게 된다. 이처럼 마술의 과학성, 숙련성, 창조성은 여러 가지 분야에 서로 얽히고설키며 점점 확대되고 재생산된다.
마술에서 상식을 깨는 기본적인 규칙에 의해 사고가 유연해지며 지적 호기심이 더욱 활발해진다. 최근에는 노인들을 위해 마술을 익히게 하기도 하는데 뇌의학 부분에서 마술이 실제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마술은 즐거움을 주는 것이 가장 주요한 목적이므로 오락성을 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였을 때 순식간에 서먹한 분위기를 없애는 데는 마술이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술은 현재 그 범위가 공연에만 국한되지 않고 치료, 군사목적, 광고 등 점점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추세다.
2) 과거의 마술
마술은 굉장히 먼 옛날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지금의 공연형태와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먼저 마술의 영단어인 Magic의 어원은 Magi로, 그리스어로 조로아스터교의 사제라는 뜻이다. 그리고 신약성서에는 Magi를 동방박사라고 표현한다(“Tres magi cum muneribus adorant Iesum Infantem”→ 3명의 동방박사가 예물들을 들고 아기예수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다.)
이밖에도 기록된 사실들로 마술은 고대인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B.C. 1700년~고대 이집트 시대에는 왕권강화를 위해 백성들에게 지팡이를 뱀으로 바꾸는 현상과 오리의 목을 떼었다 붙이는 현상을 보여주며 하늘의 선택과 능력을 받았다며 백성들에게 경외심과 공포심으로 나라를 다스리기도 했었다. 이 당시 Deli 라는 사람에 의해 컵과 공을 이용한 공연을 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그는 새를 참수한 다음 머리를 다시 붙여서 살려내는 공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록으로 남은 것이 확실하게 의도를 알 수 없어서 논쟁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이후 로마에서는 마술이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의 하나였음을 알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마술은 컵앤볼(cups and balls)이였다. 컵을 뜻하는 라틴어 Acetabula에 따라 그 마술을 하는 사람을‘Acetabularii’라고 불렀다. 오늘날에는 컵 밑에 코르크로 만든 공을 넣지만 기록에 따르면 당시에는 흰색 자갈을 사용했다.
그래서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이 마술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공연되어지는 마술인데 사기꾼들에 의해 사용되기도 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마술에 집중하는 사람의 돈주머니를 가장 좌측에 있는 사람이 훔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A.C. 400~1000 이 시대에는 마술의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암흑시대이다. 마녀사냥 등으로 신기한 현상을 하는 사람들을 죽이거나 기피하여 마술에 대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많은 부분이 초자연적인 주술과 연계되었다는 기록이 남아있고 유희로써의 마술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 A.C. 1000~1500 대에도 여전히 주술과 신비술, 연금술등과 연계되어 있는 중세시대이다. 물물교환이 늘어나면서 길거리에서나 서커스에서 연출을 하는 사람들이 컵앤볼 같은 고전에서 벗어나서 동전이나 작은 물체로 하는 잔기술을 통한 변화기술을 만들어내며 근대적인 아이디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암흑시대가 끝나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근대 마술학파의 선구자로 등장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요나스와 안드로레티, 안토니오 카를로티이다. 하지만 마술사들의 비법은 얄미울 정도로 철저하게 지켜졌으므로 그들의 생애와 업적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마술이 언급된 영어 서적이 처음 등장한 것은 1584년이었다. 바로 레지널드 스코트가 쓴 「마술의 발견(The Discoverie of Witchcraft)」라는 책으로 거기에는 당시에 유행한 속임수와 그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 그중 대다수의 마술이 오늘날까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의 물리학자 도블러는 1840년에 하나의 놀이를 고안했는데, 그것이 근대 손기술 발달의 시초였다. 사실상 그 이후로 마술은 모든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친숙한 오락이 되었다.
3) 현대의 마술
현대의 마술은 20세기 서양에서 비약적인 진보를 이루며 여러 걸작들이 발표되었다. 로베르트 우댕, 하워드 서스톤, 조르쥬 멜리어스, 해리 후디니,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등 이전에 볼 수 없던 마술사들이 등장하며 스테이지 무대와 클로즈업 마술들을 발전시켰다. 탈출 마술의 대가로 알려진 해리 후디니는 실제로 경찰이 수갑제작에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는 수갑이나 사슬로 몸을 묶고 상자나 수조 속에서 짧은 시간 안에 탈출하는 마술로 유명해졌으며 현재까지도 이러한 마술이 공연되고 영화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스톤은 마술에 미녀와 악마라는 소재로 권선징악적 스토리를 넣은 공연과 심령술을 이용한 공연 등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이며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가장 유명한 마술사는 단연 데이비드 카퍼필드인데 TV매체를 활용하며 당시 미국에서 인기 있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마술과 결합하여 TV마술사로서 명성을 얻고 이후 자유의 여신상 사라지는 마술, 만리장성 통과, 폭파된 건물 안에서 순간이동, 열차 사라지는 마술 등으로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마술사가 되었다.
현재는 TV마술을 하지 않지만 56년생이라는 나이에도 라스베이거스에서 활발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마술과 현대 마술의 가장 큰 차이는 미스디렉션(관객의 관심을 분산시켜 인지하지 못하게 하는 것)인데 과거에는 정교한 장치와 현란한 손기술로 신기함을 주었다면 현재는 심리적인 트릭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뇌를 속이는 방법이 활용되어 사람들에게 더 마법 같은 신기함을 준다.
4) 마술의 역사가 가지는 의미
마술은 고대인들에게 종교, 약학, 물리학, 의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의미와 역할을 가졌으며 신기한 마술은 언제나 사람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현재는 각 분야가 모두 독립적으로 매우 뛰어나게 발달함으로써 마술에 그것들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사람들이 마술을 신에게 부여받은 초자연적인 능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 근대 및 고대 마술과 현대 마술의 큰 차이다. 단지 오랜 세월동안 사랑 받아온 가장 재미있는 오락의 하나로 평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