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시.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란 무엇인가?

1) 정서의 정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서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고 있는 것 같지만, 막상 이를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음을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emotion의 어원을 살펴보면 라틴어 ‘emovere’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e는 ‘out’의 의미이고, movere는 ‘motion’이라는 뜻으로 움직임을 뜻한다. 따라서 정리하면 emotion이란 ‘바깥으로 움직인다.’라는 의미의 뜻이 된다. emotion이라는 단어가 처음 일상에서 사용되었을 때는 ‘소란 혹은 소요＇라는 뜻으로 쓰였다. 1650년대에는 ‘강한 느낌’, 1800년대에 와서는 ‘여럿 중에 한 느낌’의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러한 단어의 어원과 변천사를 보았을 때 정서가 가지는 의미의 중심이 되는 것은 ‘움직이는 에너지’, ‘어떠한 느낌’이라는 것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학문적으로 연구될 때의 ‘정서’는 어떻게 정의내리는 것이 적합한가? 심리학에서 정서가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1879년 빌헬름 분트가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심리학 실험실을 설립한 이후였다. 이후 현재까지 수많은 학자가 정서라는 단어에 대해 정의를 내리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까지도 정서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이 일치를 보지는 못했다. 다음은 정서의 대표적인 정의를 정리한 것이다.

- 정서는 표현되고자 하는 일종의 에너지이며 반응 과정이다(Freud, 1915)
- 정서는 독특한 신체적 각성 패턴이나 행동 표현 방식 등을 포함하며 이러한 것들은 인간이 처해 있는 환경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진화를 했다(Darwin, 1859).
- 감정은 단순히 신체상태에 따른 반응이 지나지 않는다(Skinner, 1985).
- 특정 물리적, 사회적 도전과 기회에 대한 반응으로 일어나는 일화적이고 비교적 짧은, 생물학적 기초를 가진 지각, 경험, 생리적, 행동적 그리고 의사소통적 패턴이다(Keltner & Gross).
- 정서란 경험의 흐름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고 전달하는 일종의 레이더이며 빠른 반응 시스템이다. 정서는 우리로 하여금 경험을 평가하고 상황에 맞게 행동을 준비하도록 하는 도구이다(Cole, Martin & Dennis, 2004).

2) 정서와 다른 감정들

(1) 감정 및 정동

감정은 정서가 다른 사람에 의해서 관찰이 가능하도록 표현된 행동 양식을 뜻하며, 슬픔이나 분노 등이 그 예일 수 있다.

(2) 기분

감정 및 정동을 ‘기상 현상’, 정서를 ‘날씨’에 비유한다면 기분은 ‘기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분’은 보다 전반적이고 지속적인 정서이다.

(3) 느낌

느낌이라는 말을 감정, 기운, 예감, 생각 등 다양한 의미로 활용된다. 느낌이라는 단어 속에는 감정과 함께 감각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마음으로 아는 것과 신체적으로 깨닫는 정서의 일종이다.

2. 정서 이론의 역사

1) 정서 이론

(1) 제임스-랑게 이론

제임스-랑게 이론(James-Lange theory)은 정서 경험은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을 지각한 결과로 생긴다는 이론으로써 근육과 같이 신체로부터 나오는 감각이 정서의 온전한 경험에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즉, 신체 활동과 생리적 지각이 곧 정서를 결정하며 자율신경계로 인한 감각의 발생이 정서를 일으키고 감각이 줄어들면 정서도 약화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어떠한 상황에 자극(곰을 본 상황 등)을 받았을 때, 우리는 자극을 통한 신체의 변화가 일어나서 이러한 상황이 정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이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신체의 변화가 나타나기에 정서를 느낀다는 것이다. 즉, 도망가기에 두려운 것이고, 공격하기 때문에 화가 나는 것이다.
또한 신체변화 없이도 정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우리는 상이한 정서를 경험함에도 유사한 신체반응을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서 보아도, 두려움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심장이 뛰게 된다.

(2) 캐넌-바드 이론

윌터 캐넌(1871~1945)과 그의 제자 필립 바드(1898~1977)는 제임스-랑게 이론에 대한 대안으로 캐넌 - 바드 이론을 내놓는다. 이 이론에서는 인간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위험 상황에 처하면 의지와 관계없이 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에 의해‘싸우기 혹은 도망가기(fight or flight)’행동과 연관된 행동이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따라서 뇌의 시상하부가 신체적 변화와 정서를 함께 경험하는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3) 샥터-싱어 이론

스탠리 샥터(1922~1997)와 제롬 싱어(1934~2010)는 동일한 생리적 반응이 일어나도 주변 상황에 따라 정서가 다르게 지각된다는 점을 주목한다. 교감신경계의 활성화가 정서 경험에 필요는 하지만 이보다 정서적인 감정을 이름을 붙이는 또 다른 과정이 있어야 함을 발견했다. 즉, 우리는 신체적 감각이 생겼을 때, 상황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정보를 근거로 어떤 정서를 느끼고 있는지 알아내고 이름을 붙인다는 것이다. 이 이론에서는 정서가 신체적 감각을 느끼는 것과 그 감각을 명명하는 과정의 두 단계를 진행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2) 정서의 역사

(1) 고대 그리스 시대 (플라톤)

㉮ 그의 저서 ‘파이드로스’에서 마음이란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이다.
㉯ 말을 다루는 마부는 합리적 이성, 정서는 이성에 의해 그 방향이 통제되어야 한다.

(2) 아리스토텔레스

㉮ 궁극적인 선의 행복은 이성과 감정의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3) 고대 그리스 이후 헬레니즘 시대(스토아학파)

㉮ 육체적·정서적 고통이 없는 평온한 상태인 아타락시아를 추구한다.
㉯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4) 칸트의 시대

㉮ 정서를 억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라고 보았다.
㉯ 정서보다는 이성이 우월하다고 보았다.
㉰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엽에 걸쳐 이성의 이면에 있는 주관적이고 정서적 표현에 가치를 둔 낭만주의가 유행하였다.

(5) 현재

㉮ 19세기 말에는 다시 이성의 중심으로!
㉯ 최근에는 정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기 시작하였다.

플라톤, 스토아학파, 그리고 데카르트를 포함한 폭넓은 범위의 철학자들이 이성과 감정이 서로 대립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들은 이성을 인간의 특별한 성취이자 미덕이라 보는 반면, 정서는 동물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이성을 방해하는 원초적인 욕망으로 보았다.
현재까지도 일부 문화권에서는 정서를 표현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여기며 그러한 사람들의 심리적 건강에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