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차시. 노인과 노화
1. 노인의 개념
1) 노인에 대한 개념
노인이란 그 의미상 ‘나이가 많은 사람’으로 평범하게 사용되는 용어이면서도 그 개념을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는 쉽지 않다. 노인에 대한 정의는 노인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상황과 개인적 상황 등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이다. 제2회 국제노년학회(1951)에서는 노인을 “인간의 노령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생리적, 심리적, 환경적 변화 및 행동의 변화가 상호작용하는 복합 형태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이 정의에 따라 제시한 노인에 대한 개념은 다음과 같다.
- 환경변화에 적절히 적응할 수 있는 조직 기능이 감퇴되고 있는 사람
- 인체의 자체 통합 능력이 감퇴되고 있는 사람
- 인체의 기관, 조직, 기능에 쇠퇴현상이 일어나는 시기에 있는 사람
- 인체의 적응 능력이 점차 결여 되고 있는 사람
- 조직의 예비능력이 감퇴하여 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
1951년 국제노년학회에서 규정된 개념들은 노인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규정한 시초가 되기는 하였으나, 노인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 역할과 생물학적 쇠퇴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생리적,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노화 개념을 포함한 보다 더 구체화된 형태로 발전되었다. 여러 학자의 노인에 관한 정의 중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개념 중의 하나인 브린(Breen, 1960)의 정의는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노화의 개념을 포함하여 노인을‘생리적, 생물학적인 면에서 퇴화기에 있는 사람, 심리적인 면에서 정신기능과 성격이 변화되고 있는 사람, 사회적인 면에서 지위와 역할이 상실된 사람’으로 보았다. 또한 의학 발달과 노인 인구의 증가 및 건강상태의 증진, 노인의 사회적 참여 확대에 따라 노인에 대한 개념은 점차 결손과 감퇴의 측면에서 긍정적이고 포괄적인 차원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2) 노인에 대한 조작적 정의
(1) 개인의 자각(Self-awareness)에 의한 노인
개인의 자각에 의한 노인은 개인 스스로 주관적으로 판단하여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노화의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 측면을 어느 정도 내포하고는 있지만, 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르게 정의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크게 결여되어 보편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개념은 실제 생활 현장과 결부된 것으로 노인 연구에 새로운 의미를 제공하기도 한다.
(2) 사회적 역할 상실에 의한 노인
사회적 지위와 역할을 상실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노인으로 보는 것인데, 사회적 직업 활동에서 퇴직하거나 가정에서 주부의 지위와 역할을 이양한 상태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노인을 사회적 역할 면에서만 본 것이며,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분명하지 않거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상태에 있는 사람(특히 여성)에게는 적용하기 힘든 정의다.
우리나라에서는 55세에 늦어도 60세에 정년퇴직하는 경우가 아직도 가장 많고 그 이후에는 거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이므로 사실상 55세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인 노인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사회적 역할 상실로 판단한 노인은 퇴직 연령에 따라 다양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연령 이상의 사람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다.
(3) 생활연령에 의한 노인
시간 경과의 단위인 달력상의 시간에 의하여 일정한 연령(60세 또는 65세)에 도달한 사람으로 정의하며,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인 사람’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역연령에 의한 노인의 개념은 관찰하고 판단하기 쉽고 입법적인 면이나 행정적인 면의 편의성 때문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정의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의는 65세를 기준으로 그 이상이 된 사람을 일괄적으로 노인으로 규정함으로써 노화의 개인 간 차이뿐 아니라 개인 내 차이를 무시하고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갖게 만드는 단점이 있다.
생활연령에 의한 노인의 정의에서 노인과 비노인을 가르는 한계선인 65세의 규정은 임의적인 것이다. 현재 대부분 산업사회에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1889년 세계 최초로 제정된 독일(당시 프러시아공화국 시대)의 노령연금법에서 노령연금 수혜자격 연령을 65세로 규정한 전통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노령연금법 제정 당시 노인의 제반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정한 것이 아니라 프러시아공화국 시대에 재상이던 비스마르크가 자신이 60대 중반에 건장했던 사실을 감안하여 임의적인 판단으로 정한 것이었다.
65세부터 80-90세가 넘는 고령까지를 노인집단으로 취급함으로서 노인의 개인적, 사회적 특성이 무시되는 점을 감안하여 뉴가르텐(Neugarten, 1979, 1994)은 다음과 같이 구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주장하였다.
① 55-64세/ 초령노인
- 활력이 있고 유능한 집단으로서 은퇴를 하였거나 직장과 가정에 대한 시간적 투자를 줄인 노인
- 재정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상당한 교육을 받았으며,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찾으며, 사회의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며, 정치적, 경제적 요구가 활발함.
② 65-74세/ 고령노인
- 대부분의 퇴직자
-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상실을 경험하고 있으며, 사회적 지지와 건강에 대한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집단
③ 75세 이상/ 초고령노인
- 신체적으로 노쇠하고 질병에 걸린 경우가 많고, 사회적 활동이 어려우며, 대부분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있으며, 가정적,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음.
- 인간은 각각 다르게 노화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생물학적 나이는 개인의 건강이나 사회적 능력 수준에 대한 충분한 지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집단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평균 수명이 크게 연장되는 고령화 사회를 의식하여 65-69세를 ‘연소노인’, 70-74세를 ‘중고령노인’, 75-84세를 ‘고령노인’, 85세 이상을 ‘초고령노인’으로 구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2010년에 남녀의 평균수명이 거의 80세에 이르고 있고, 60세가 아닌 70세를 노년에 이른 것으로 축하하는 새로운 전통이 생기고 있는 점을 고려하여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4) 기능적 연령에 의한 노인
기능적 연령에 의한 노인은 개인의 특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역의 기능 정도에 의해서 노인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산업노년학에서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키고 있는 노인의 정의다. 기능적 연령에 의한 노인은 노화로 인한 다른 능력의 감퇴에도 불구하고 어떤 특수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영역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개인이 특수한 업무를 적절히 수행할 수 없는 경우’를 노인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의는 개인 및 개인 간의 노화의 특성이 다름을 감안하였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판단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하거나 객관화되어 있지 못하며, 편의성이 약한 것이 큰 단점이다.
2. 노화의 개념
1) 노화의 개념
노화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유기체의 세포, 조직, 기관조직 또는 유기체 전체에 일어나는 점진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화는 인간이 출생하여 죽음에 이르는 과정의 전반적인 변화를 말한다. 노화는 인간의 정상적 성장과 발달 과정의 한 부분이며, 적어도 신체의 기관과 체계의 구조 및 기능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학적 노화, 축적된 경험에 의한 행동, 감각, 자각 기능, 자아에 대한 인식 등이 변화하는 심리적 노화, 생활주기를 통하여 일어나는 규범, 기대, 사회적 지위와 역할의 변화를 의미하는 사회적 노화의 과정을 포함하는 넓은 뜻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노화의 원인
노화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환경적 요인으로 자연환경, 생활환경, 생활습관 등 생명체가 존재하는 환경에 의해 주어지는 요인이다. 둘째, 유전적 요인, 즉 생명체가 갖고 있는 유전 정보에 의해 결정되는 요인이다. 그밖에도 우리는 노화의 촉진과 관련된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과 지연에 관련된 긍정적인 심리적 요인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노화를 촉진하는 부정적인 심리적 요인
- 좌절, 실망, 도저히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느낌, 외로움 등
- 혼자 사는 것, 절친한 친구가 없는 것, 규칙적인 일과 일과가 없는 것
- 직업에 대한 불만, 경제적인 부담, 채무
- 습관적이거나 지나친 관심
- 과거의 희생에 대한 회한
- 과민함, 쉽게 노하는 성격 혹은 노여움을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 자신이나 타인을 비판하는 성격
(2) 노화를 지연하는 긍정적인 심리적 요인
- 행복한 결혼생활, 만족스러운 성생활
- 직업에 대한 만족, 경제적 안정감, 분수에 맞게 사는 것
- 개인적인 행복감, 자신의 삶을 뜻대로 할 수 있다는 느낌
- 잘 웃는 성격, 감정을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태도
- 친구를 잘 사귀고 절친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 규칙적인 일상생활, 즐거운 여가시간, 만족스러운 취미생활
- 규칙적인 일, 일 년에 최소한 일주의 휴가를 가지는 것
- 좋은 영양과 운동
- 긍정적 사고와 적절한 사회활동
3) 노화이론
(1) 유전설
① 유전자이론
유전자 이론은 살아서 활동하는 유기체 내에 있는 해로운 유전자가 노년에 이르러 활성화되면서 유기체의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이론이다. 이는 인간에게 젊음과 생산, 성장과 성숙을 촉진하는 유전자와 이런 구조를 파괴하는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주장과 하나의 유전자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측면을 지니고 있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되어 있다. 후자의 주장에 의하면, 하나의 유전자가 초기에 생산과 활동의 측면에서 작용하고 중년기 이후에는 노쇠의 측면으로 활성화되는 이중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생산기에는 정상적인 생산주기를 촉진하지만 폐경기에는 그 수준이 감퇴되어 혈압을 증가시킨다.
② 프로그램 이론
프로그램이론(예정계획이론)은 미리 짜여있는 유적인 계획에 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유기체의 유전인자 속에는 노화의 속성이 미리 프로그램 되어 있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그 속성이 나타나 키가 줄고 몸무게가 늘고 반응속도가 감퇴하며 여성에게는 폐경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유전적 근거에 따라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2) 비유전성
① 마모이론
마모이론(소모이론)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의 신체기관도 기계처럼 닳게 되며, 노화를 퇴화의 산물로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기체는 기계와 달리 손상을 복구하는 특징이 있으며 운동과 같은 단련을 통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② 교차연결이론
교차연결이론은 세포의 내 외부에 정상적으로 분리되어야하는 두 개의 분자들이 서로 부착되어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세포 내 구조에서 노화된 단백질인 콜라겐들의 교차연결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에는 신체 각 부분들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신체를 변화시킨다.
③ 축적이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리포푸신(lipofuscin)이라는 지방색소가 세포에 축적된다. 이 물질이 축적되어 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함으로써 노화현상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뇌 속의 백질과 회백질이 연령이 증가하면 황색으로 변하는 것은 리포푸신이 세포 내부에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가기 때문으로 상당한 양의 리포푸신이 축적되면 세포핵의 구조를 변형시킨다.
(2) 심리사회적 차원
① 분리이론
사람들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활동을 줄이고 좀 더 수동적인 역할을 추구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노인들이 왜 사회의 중심에서 이탈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분리이론에서는 노인이 되면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감소하게 되고, 자신의 내적 삶에 더욱 열중하여 사회와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는것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다. 은퇴는 노인들로 하여금 어느 정도 사회적 역할에서 이탈하도록 해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② 활동이론
활동이론은 사회의 모든 연령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신들의 사회적 활동이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으로 노년은 중년의 연장일 뿐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감소가 노인에 의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외적인 환경에 의해서 강요된다고 보고 정상적인 노화과정이란 중년기의 활동과 태도를 가능한 한 유지하는 것이라고 본다. 노화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적 활동과 역할의 감소가 새로운 활동과 역할로 대체될 때 생활에 대해 만족감이 높아지고 사회적으로 활동을 유지하려는 사람이 훨씬 더 긍정적인 자아 이미지와 사회적 통합, 그리고 생활에 있어서 만족을 성취하고 또한 성공적인 노화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③ 사회교환이론
사회교환이론은 개인과 집단 사이의 교환에서 교환에 참여하는 사람이 그 상호작용에서 이득을 얻는 한 지속된다고 본다. 노인이 되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얻는 이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사회적 교환활동 역시 감소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 노인이 되면 개인적 건강, 사회적 대인관계, 경제적 수입 등 권력의 원천이 줄어들어 사회와 노인 사이에 교환의 불균형이 일어나게 되므로 노인의 사회 내 상호작용은 감소하거나 단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