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시. 상담이란 무엇인가?
1. 상담의 정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상담을 한두 번 이상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동산 상담, 성형상담처럼 거리를 오가다 보면 건물 곳곳에 상담이라는 단어가 꽤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상담이 아니어도 가족 간에, 친구 간에, 이웃 간에 서로 고민을 나누고 그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때에도 상담을 받거나 상담을 해 주었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게 된다. 이처럼 상담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그리고 많이 사용되고 있어서 상담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상담을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심리 상담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 주변사람들과 해왔던 상담과 다른 심리 상담, 즉, 전문상담이란 어떻게 다른 걸까? 심리상담사가 되고자 할 때, 심리상담사는 바로 전문상담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전문적인 심리 상담이 되려면 반드시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바로 내담자, 상담자, 그리고 상담관계이다. 먼저 내담자란 심리적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즉,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상담자는 심리 상담에 대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를 말한다. 그리고 상담관계란 내담자와 상담자가 대면관계를 통해 내담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상담이란, 어려움을 경험하는 내담자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와의 상담관계를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상담이란 우선 상담자를 찾아온 내담자가 있고, 그 내담자를 맞이하는 상담자가 있으며, 이 내담자와 상담자가 서로 대면한 상태에서 어떤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상담의 3가지 조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상담자란 상담이론에 관한 이해가 되어있고, 이론을 근거로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담기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상담이론과 방법에 관한 체계적인 상담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을 상담실습과 훈련과정을 거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상담 장면에서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는 내담자란 현재에 대인관계, 생활과제 등의 문제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말한다. 인간은 누구나 예외 없이 잠재적 내담자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자발적이냐, 비자발적이냐에 따라 다른 것 뿐 이다. 즉,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진해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자발적 내담자가 있고,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아서 타인에 의해 상담을 오는 비자발적 내담자가 있다. 비자발적 내담자들은 자신은 문제가 없고 타인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서 상담동기가 부족해 상담효과를 내기가 어렵다.
해결중심상담에서는 내담자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첫 번째는 방문형으로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 상담에 온 것이 아니고 주위 가족이나 친척, 교사, 검사, 보호관찰관, 직장 상사 등의 요구나 명령으로 상담에 의뢰된 경우가 많다. 방문형의 내담자는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비자발적으로 상담에 참여하기 때문에 상담에 대한 저항이 강하고, 자기문제에 관한 인식이 약하며, 문제해결에 대한 동기도 매우 약하다. 방문형의 내담자에게는 그들의 말을 경청하고 내담자의 방어적인 태도 이면에 깔린 내담자의 지각에 동의하면서 내담자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자신을 위한 최선의 길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담자가 상담자의 이해를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상담을 시작할 수 있도록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유형은 불평형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제 때문에 자신이 힘들다고 불평을 한다. 이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문제해결이 간절히 이루어지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아닌 문제를 지닌 다른 사람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평형의 경우는 자신의 불평을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문제와 해결에 대한 인식을 바꿔 내담자 자신이 문제해결의 주체임을 알아차리게 도와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상담자는 내담자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고, 내담자가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을 인정해 주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다.
마지막 유형은 고객형이다. 이들은 자신이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자발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사람으로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무엇인가 행동을 변화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유형이다. 고객형 내담자에게는 내담자가 지니고 있는 해결능력을 찾고, 실제 삶의 장면에서 문제가 아닌 예외상황을 찾고 확인하도록 도와야 하며, 그 예외가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도록 지지하고 강화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셋째, 상담관계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내담자의 심리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이다. 구체적으로 상담관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의 관계
: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가 동시에 존재할 때 성립될 수 있다.
② 상담에 관하여 전문적 훈련을 받은 사람이 도움을 주는 관계
: 상담은 학교나 상담 훈련 기관 같은 곳에서 훈련을 받아 상담에 관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 사람만이 하는 과정이다.
③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력하는 관계
: 상담은 내담자의 문제를 상담자가 해결해 주는 과정이 아니라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통찰하여 현명하게 선택하고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다.
④ 일방적 관계가 아닌 상호역동적 관계로 상호노력과 책임을 지는 관계
: 내담자와 상담자는 주종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등한 위치에서 개인을 존중하는 상호협력 관계에 있다는 것을 말한다.
⑤ 일상적 개인관계가 아닌 사적이고 비밀이 보장되는 관계
: 상담에서 내담자는 어떤 것이든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고, 상담자는 내담자가 이야기 한 사적 정보를 내담자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제 3자에게 알려서는 안 되는 의무가 있다.
⑥ 내담자의 성장과 발전을 안내하는 관계
: 상담은 오직 내담자의 복지만을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⑦ 내담자의 현명한 선택과 결정을 돕는 관계
: 삶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이다. 상담과정에서는 반드시 내담자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있게 마련이다. 상담은 이러한 선택과 결정을 합리적으로 하도록 안내하는 과정이다.
위의 상담관계를 종합해 보면, 상담관계란 전문적 훈련을 받은 상담자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내담자가 상호노력과 책임, 비밀보장을 전제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내담자는 상담자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진솔한 의사소통과 새로운 학습 과정을 통하여 현재 내담자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그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삶의 고난을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연습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상담이란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정의해보면, 상담관계 안에서 내담자가 자기이해를 통해 새로운 행동을 학습하고 변화하면서 문제를 예방, 해결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내담자의 바람직한 성장과 변화를 돕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 상담, 생활지도, 심리치료의 차이
상담을 보다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는 생활지도와 심리치료 용어에 대한 개념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용어들의 구별이 필요하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용어들이 같다고는 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여기서는 상담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현실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적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대상, 목표, 내용, 전문가, 장소, 회기 수, 접근방법, 비용을 기준으로 그 차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생활지도는 주로 교육학적 배경에서 발달한 것으로 대부분 학교장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서 소속인원 전부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생활지도는 생활전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바람직한 생활과정과 성장발달의 지도가 그 목표가 된다. 생활지도의 내용은 현실적 능력의 평가 및 미래 계획이다. 즉, 현실에 잘 적응하고 미래의 방향을 잘 정립해 나가는데 있다. 생활지도 전문가도 주로 일반교사, 교도, 교사, 연수 담담자 등으로 교육자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교육장소 또한 교육장면 전체가 된다. 회기 수는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1회기에서 6회기 정도로 이루어진다. 생활지도의 접근방법은 정보나 자료를 제공하거나 교양강좌, 토의 집단 등으로 진행되고, 비용은 대부분 무료이다.
반면, 상담은 교육학 이외에도 심리학, 사회학, 철학, 종교학 등이 통합되어 생성된 것으로 인간에 대한 학문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의 대상은 개인 및 소집단이 될 수 있고, 목표는 구체적인 일상과제의 사고, 감정, 행동의 변화이다. 상담은 개인의 내면세계에 초점을 두고 장애적 긴장, 불안, 비효율적인 행동습관 등의 내용을 다룬다. 여기에 더해 자신의 연령에 맞는 발달 과제를 다루는 것을 도와주는 데에도 관심을 가진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의 성적 정체감 확립문제, 부모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는 문제, 진로를 결정하고 준비하는 문제 등 발달심리 관점에서 연령에 따라 경험하게 되는 전형적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상담의 전문가는 상담교사나 상담심리전문가이며, 장소는 상담실이나 출장기관에서 이루어진다. 회기 수는 1-20회 정도로 대부분 단기간에 이루어지며, 접근 방법은 면접 중의 교육, 훈련, 분석, 심리측정, 자문지도 등이 사용된다. 비용은 학교 또는 봉사기관에서 무료로 이루어지거나 유료로 진행된다.
심리치료는 개인 환자와 소집단을 대상으로 정서문제 해소 및 성격구조의 심층적 변화를 목표로 한다. 그리고 신경증, 성격장애, 우울증, 정신증 등의 내용을 주로 다룬다. 즉, 심리치료를 증상을 제거하거나 수정 또는 완화하고 장애 행동을 조정하며 성격을 긍정적으로 발달시킬 목적으로 훈련을 받은 사람이 환자와 의도적으로 전문적인 관계를 형성하여 정서적 문제를 심리학적 방법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훈련을 받은 전문가는 주로 정신과 의사나 임상심리전문가이며, 병원 진료실이나 환자 가정에서 치료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회기 수는 10-100회까지 장기간에 걸쳐 치료가 이루어지며, 접근방법은 분석적 면접, 약물치료가 있으며,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입원과 같은 격리 수용이 된다. 비용은 유료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생활지도, 상담, 심리치료의 내용을 중심으로 비교해보면, 생활지도는 학교장면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반면, 상담은 학교 뿐 아니라 일반사회 상담기관, 의료기관 등 다양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심리치료는 주로 병원에서 이루어진다. 생활지도의 관심의 초점은 생활전반에 초점을 두는데 반해 상담은 개인의 내면세계에 더 초점을 두고 있으며, 심리치료는 정서적 장애성격의 기본구조를 변화시키는데 초점을 둔다. 담당하는 전문가도 생활지도는 교사 등 교육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상담은 전문상담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상담과 치료는 모두 개인이 경험하는 적응상의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는 전문적인 일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담은 당면한 문제해결과 더불어 예방적, 발달적 관점을 가지고 환경에 적응할 개인의 잠재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고, 치료는 정서적 장애나 심각한 이상행동의 치료와 교정에 중점을 둔다. 상담의 대상은 비교적 정상적인 개인지만, 심리치료의 대상은 심리적 질환이나 이상상태를 지닌 개인이다. 상담 장면에서 이에 대한 구분은 매우 중요하다. 상담은 생활에 부적응하는 비교적 정상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방문한 내담자가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상담의 한계를 빨리 파악하고 심리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움을 받으러 오는 사람을 상담에서는 내담자라 부르고, 심리치료에서는 보통 환자라고 부른다. 심리치료는 기본적으로 의학에 근거를 두고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제거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과거와 무의식을 많이 다루어 장기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반면, 상담은 주로 현재와 의식적 자료를 다루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이 소요된다고 볼 수 있다.
생활지도, 상담, 심리치료의 영역에 대한 논의는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지만, 대부분 생활지도는 정보, 조언, 의사결정과 같은 예방에 초점이 있고, 심리치료는 성격장애, 정신장애와 같은 치료에 초점을 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상담은 인간변화를 돕는 과정에서 생활지도와 심리치료의 중간과정에 개입하는 활동으로 행동태도의 변화, 사고, 심리적 갈등을 다루면서 예방과 치료의 전 영역에 걸쳐 있다고 볼 수 있다. 생활지도와 심리치료도 상담을 근거로 하는 활동의 한 유형이기 때문이다.